알고 지낸 햇수로 따지면 열손가락이 넘어가는 친구가 있다. 

대학 때 만나 함께 살기도 했고 적적한 일상에 가끔 여행도 가고 전시회도 가고 밥도 먹고...

 

미주알 고주알, 내 이야기를 터놓는 편도 아니어서-

그냥 그 정도의 거리에서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사이.

 

난 이 관계에 불만도 없고 그러려니 했다.

원래 그래 왔으니까, 우리는 이런 사이였으니까. 

 

그런데 문제는, 내가 혼자 감당하지 못할 만큼 아프다는 거. 

아픈 것조차 몰랐는데 상태가 이상해 가만 들여다 보니 어, 아픈 거였네. 

왜 아픈 거지, 살펴보니, 저 깊은 곳에 '섭섭함'이 큰 똬리를 틀고 있었다. 

 

내겐 공감과 위로가 필요했다. 

그런데 떠올리면 아프고 힘드니까 덮어두었다. 괜찮다, 그럼 괜찮아져야지, 나 잘 지내-

누구도 묻지 않았고 나도 굳이 꺼내지 않았다. 

그렇게 사라진 줄 알았는데 한 겹, 한 겹... 차곡차곡 쌓일 줄이야. 

그게 이렇게 펑, 터질 줄은 몰랐다. 

 

그래서 이번엔, 사실은 아프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내 이야기가 잘 전달되지 않은 걸까, 

공허한 헛바퀴를 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우리가 지금까지 그런 관계를 유지해 온 건

어쩌면 이러한 결이 맞지 않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나름 큰 걸림은 없으니 적당한 온도에서 유지되어온-

 

그 이상의 위로, 그 이상의 공감, 그 이상의 교류는 무리였는데

혼자 기대하고 상처받고- 북치고 장구치고 난리였다. 

한바탕 휩쓸고 가고 나니 조금 평온해졌다. 

남은 것은 우린 그냥 이런 사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

 

물론 그대도 나와 같은 마음일 수도.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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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에 한번, 꼬박 상담을 다닌지 4개월. 

그 사이 내딛기만 해도 땅으로 꺼질 것 같고 한없이 가라앉던 기분은 많이 나아졌다. 

두 발로 버틸 힘이 생겼고 뭔가 해봐야겠다는 의지도 다졌다. 

매번, 지난 2주 어떻게 지냈는지에 대한 물음에 하는 일 없이 

멍하니 있었다 하지 않도록 몸도 부러 움직였다. 

 

그간 만나지 않았던 지인들도 만나고 베이킹을 배워볼까 학원도 찾아두었다. 

이렇게나 나아졌는데... 나름 전보다 건강하게 잘 지냈다고 자신했는데.

 

이 작은 몸뚱이에서 어떻게 파도파도 끝모를 감정이 솟아나는지...

잘 지냈다니 다행이다, 그럼 요즘 감정은 어떠냐는 질문에

정말 불현듯 내뱉은 '불안'이란 말 한마디가 또 마음을 무너지게 했다. 

 

이건 여태 상담하며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또 다른 문제.

어쩌면 지금 상태는 이게 시발점인지 모르겠다. 

 

엄마, 엄마의 부재. 

또 코가 헐만큼 눈물, 콧물을 짜내는 1시간이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는지, 울컥 올라오는 수많은 말들은 차마 내뱉진 못했다. 

말을 하지 못하겠다 했고, 그럼 다음에 마음이 편해지면 듣자 했다. 

 

그리고, 한껏 들떴던 마음이 다시 내려앉았다. 

잊고 살려고, 덮어두었던 마음 속 저 깊은 곳 작은 상자가 열린 것 같다. 

 

괜히 들쑤신 걸까, 왜 나만 이렇게 유별난 거야. 

아니, 사람마다 상실의 크기는 다르다 하셨지, 그러니 당연한 거야. 

.

.

.

그렇지만...

 

끝이 있을까. 이젠 잘 모르겠다.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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