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아빠와 대화가 많은 딸은 아니었다.
한 집에 살 때도 그러했는데, 집을 떠나 오랜 세월 살다보니 대화는 더 줄어들었다.
그 중간에는 항상 엄마가 있었다.
엄마 전화를 아빠가 받는 날에도 '엄마는? 어디 갔어요?'라고 먼저 물었고
아빠도 엄마의 부재를 알리는 것으로 서둘러 통화를 마무리 지었다.
그런데 이젠 아빠와 나, 우리 두 사람을 이어주던 엄마가 없다.
그러다보니 이제는 서로의 안부를 서로에게 듣는다.
홀로 있으니 적적하고, 그러다보니 이웃 아저씨들과 술 한잔씩 한다는 말에
시골집으로 향한다.
아빠와 마주앉아 있자니 엄마의 빈자리가 너무도 커,
내심 표현하진 않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서둘러 집을 떠나 내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잊고 있었다.
나만큼 아빠도 엄마의 빈자리에 힘들어 할 것이란 걸,
말이 없는 아빠는 그저 담담한 척 홀로 삼키고 있으리란 것을.
집에 가 아빠와 마주한다고,
갑자기 살가운 딸이 되지 않을테지만-
그래도 곁에 누군가 있다는 것이 조금은 위안이 되는 순간이 되길.
코로나로 손주들 보기도 쉽지 않은데-
가만 가만히 아빠 곁을 지키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