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부영 이사하고 집정리도 채 하기 전에 엄마를 보냈다. 그리고 보름 가까이 집을 비워두다

열흘 전에서야 새 집에 살기 시작했다. 살림을 정리해야 하는데 의욕도, 엄두도 나지 않아 내버려뒀다. 

그러다 기운이 나면 부엌 한 켠, 조금 의욕이 생기면 옷장 하나...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늘, 이사한 집에 처음으로 손님이 왔다.

으레 아무렇지 않은 척, 날씨 이야기며 이사를 하며 있었던 자잘한 에피소드를 나눴다. 

그리고 엄마... 모든 이야기 끝에는 엄마가 있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담담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사실 그동안 겨우 다잡은 마음이 무너져 내릴까 사람들을 잘 만나지 않았다.

그저 홀로 떨어진 섬처럼, 조용히 시간이 흐르길... 하루하루 저물어 가길 기다렸다. 

물론 여전히 마음이 아리고 눈물이 맺히지만 그래도 이젠 울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엄마 이야기를,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엄마와 함께 하려 했던 이야기를, 

눈물로 더 이상 얼룩지지 않게...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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