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을 앞두고 음식 장만은 어떻게 할지 의논하다,
문득 엄마의 빈자리를 느꼈다.
이런 고민은 단 한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그야말로 엄마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을 줄 알았지,
이런 수고스러움은 알려고 하지 않았다.
양껏 음식을 해두면 늘 남아돌아 처리가 힘들다며
한해 두해, 시간이 갈수록 음식 종류며 양은 줄어들었다.
하긴, 엄마가 싸준다는 전이며 나물도 손 내저으며 거절했으니.
이젠 먹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엄마 음식인데...
엄마는 요리를 참 잘했다.
어떤 음식이든 양념을 대충 넣는 것 같은데
그게 참 묘하게 맛이 있었다.
엄마가 아프면서 주방을 드나들 일이 많아졌는데
아무리 백종원이며 김수피 레시피를 따라해도
엄마의 맛깔스런 음식맛은 재현해 낼 수 없었더랬다.
이제 엄마 음식이라고는
몇 년 전에 담가둔 김장김치가 전부다.
아까워 꺼내먹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하나둘, 엄마의 흔적이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프다.
익숙해져 가고 있고 또 익숙해져야 하지만
문득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