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엄마는 언제나 곱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을 제하고 맨얼굴을 보지 못했을 만큼 늘 고운 모습을 보였던 엄마. 

워낙 하얗고 피부결이 좋아 립스틱만 발라도 화사하게 빛나던 엄마.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여 누구도 본 나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가면서

염색을 하지 못해 흰머리는 자꾸 자라나 보기 흉해지고...

곱던 얼굴에는 생기를 잃어갔다.

만사가 귀찮다며 스킨, 로션 바르는 것도 손을 내저어 보이곤 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지난 봄에 엄마가 걸치고 다녔던 외투를 정리하다

주머니에서 나온 영수증 하나에 또 한참을 울었다.

 

00 화장품 가게

로션, 마스크팩, 파운데이션. 7만 7천원.

 

병원을 갈 때마다 호전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들을 무렵이다.

그래,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인데...

화장도... 염색도... 하지 못해 손녀에게나 듣던 할머니라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어야 했던 그 마음은 어땠을까...

 

엄마의 마음도 모른채 헛소리나 해댔으니-

 

눈을 감으면 가뿐 숨을 몰아쉬던 백발의 창백한 엄마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한평생 보았던 곱고 예쁘던 우리 엄마의 얼굴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붉은색 립스틱...에 원색의 옷을 좋아하던 멋쟁이 우리 엄마. 

... 보고 싶다.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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