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폐뿐 아니라 심장에도 이상이 생겨 두 곳 모두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날은 심장 교수님을 뵙는 날. 

대체로 엄마는 주사도, 약도 잘 맞았고 경과도 나쁘지 않았었다.

교수님을 웃으며 뵙고 나오는 날이 많았는데 그날은 달랐다. 

인사하며 들어선 진료실에 유독 어두워보이는 교수님 표정은 피곤과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거의 마지막 진료였으니까. 

그런데 교수님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이 상태로는 폐 치료를 할 수 없다, 주사를 맞을 수 없는 상태다, 입원해서 경과를 봐야 할 것 같다...

도통 받아들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하셨다. 

하지만 입원 가능한 병실은 없는 듯, 약을 먹으며 병실이 날 때까지 지켜보자...

매우 답답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엄마의 항암 치료는 중단되었고... 일주일이 가고 열흘이 넘도록 병실은 나질 않았다. 

대기.. 대기.. 입원 대기 환자가 많아 우리 순번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엄마 상태는 나빠져 갔다. 

숨쉬기를 버거워하는 엄마,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늦은 밤,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평생 병원 문턱을 밟아보지 않았던데다 응급실은 난생 처음 가보는 길, 

난 티비나 영화 속 장면처럼 응급 환자입니다, 숨쉬기가 힘들어요, 하면서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로 바로 병원으로 들어갈 수 없단다. 

음압 병실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와야 응급실 베드에라도 누울 수 있는데

지금 검사 대기 환자가 많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새벽 바람이 그렇게 매서울 줄 몰랐었다. 

얇은 가디건 하나만 챙겨입고 나온 차림에 초여름 새벽 날씨는 몸서리치게 추웠다. 

세상 그렇게 서럽고 서러울 수 없었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땐 누구를 이해할 여유조차 없었다. 

아픈 엄마를 그렇게 찬바람 속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힘들고 힘들었다. 

노여움과 분노와 참담함과 속상함.... 등등의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길 4시간...

드디어 엄마 이름이 불리었고, 검사를 받았고- 

집을 나선지 6시간이 넘어 응급실 베드에 누워 의사를 만났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픈 환자를 곁에 두고 그저 지켜봐야 하는 그 마음이 어떨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초라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은 그런 좌절감이 마구 밀려 들었는데...

 

아........ 

모쪼록 코로나가 하루 빨리 진정되어 아픈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정-말!!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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