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잠이 보약이다!를 온몸으로 외치며 항상 시골집에 가서는 엄마 밥상을 마다하고 늦잠을 잤다. 

어떻게 일은 하고 밥벌이를 하는지 엄마는 늘 의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게으르고 잠도 많던 내가 엄마가 아프면서 저절로 아침형 인간이 되었다. 

기존 생활 패턴에 비하면 이른 새벽인 아침 7시, 어김없이 일어나 밥을 하고 어설픈 솜씨로 반찬을 만들어

조촐하게나마 밥상을 차려 밥을 먹고 엄마 약을 챙겼다. 그리고 잠시 청소나 빨래를 하면 점심-

국수나 만두 등 엄마 입맛에 따라 간단히 차려먹고 잠시 낮잠을 자면 저녁,

어찌저찌 밥을 해서 먹고 돌아서면 하루가 저만치 가버렸다. 

엄마는 한평생 이런 삶을 살아왔겠지, 싶은 안쓰러움과 함께

하루가 그렇게 가버린 것에 허탈함이 밀려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가 맛있게 먹기만 한다면 무엇인들 못할까. 

엄마와 매 식사시간마다 전쟁 아닌 전쟁을 치러야 했다.

입맛이 없다, 밥이 맛없다, 목이 아프다, 모래알 같다... 등등등.. 

오만 가지 이유를 대며 정말 딱 죽지 않을 만큼의 밥을 먹었다. 그렇다고 간식을 즐겨 먹지도 않았다. 

엄마를 보러 오는 이들이 한마디씩 당부하는 말은 '살기 위해 먹어야 한다, 토해도 먹어라'였다.

이 말이 정말 지긋지긋 하다고 열변을 토한 엄마. 매일 밥 한술로 씨름하던 아빠는 제일 미운 사람이 될 정도였다. 

그러더니... 밥 한술 제대로 먹지 못한 채... 몇날 며칠을 굶은 채... 이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오늘은 엄마가 지겨워서 더는 못먹겠다 거부한 미역국을 끓였다. 

손맛 좋은 엄마를 닮지 않은 모양인지, 뭔가 맛이 따로 논다.

그래도 한사발 가득 담아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겼다. 아무렇지 않게 오늘을 살아내기 위해...

엄마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아직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어서, 

아무렇지 않게. 이 순간들을 견뎌 엄마의 부재를 담담히 마주할 그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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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자신이 없다.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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