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엄마는 언제나 곱게 단장한 모습이었다. 

이른 아침을 제하고 맨얼굴을 보지 못했을 만큼 늘 고운 모습을 보였던 엄마. 

워낙 하얗고 피부결이 좋아 립스틱만 발라도 화사하게 빛나던 엄마.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여 누구도 본 나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한 달, 두 달... 시간이 가면서

염색을 하지 못해 흰머리는 자꾸 자라나 보기 흉해지고...

곱던 얼굴에는 생기를 잃어갔다.

만사가 귀찮다며 스킨, 로션 바르는 것도 손을 내저어 보이곤 했다. 

 

그런데... 

엄마가 돌아가시고 지난 봄에 엄마가 걸치고 다녔던 외투를 정리하다

주머니에서 나온 영수증 하나에 또 한참을 울었다.

 

00 화장품 가게

로션, 마스크팩, 파운데이션. 7만 7천원.

 

병원을 갈 때마다 호전되고 있다는 좋은 소식을 들을 무렵이다.

그래, 우리 엄마는 이런 사람인데...

화장도... 염색도... 하지 못해 손녀에게나 듣던 할머니라는 소리를

여기저기서 들어야 했던 그 마음은 어땠을까...

 

엄마의 마음도 모른채 헛소리나 해댔으니-

 

눈을 감으면 가뿐 숨을 몰아쉬던 백발의 창백한 엄마 얼굴이 먼저 떠오른다.

한평생 보았던 곱고 예쁘던 우리 엄마의 얼굴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붉은색 립스틱...에 원색의 옷을 좋아하던 멋쟁이 우리 엄마. 

... 보고 싶다.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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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폐뿐 아니라 심장에도 이상이 생겨 두 곳 모두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었다. 

그날은 심장 교수님을 뵙는 날. 

대체로 엄마는 주사도, 약도 잘 맞았고 경과도 나쁘지 않았었다.

교수님을 웃으며 뵙고 나오는 날이 많았는데 그날은 달랐다. 

인사하며 들어선 진료실에 유독 어두워보이는 교수님 표정은 피곤과 피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거의 마지막 진료였으니까. 

그런데 교수님의 입에서 나온 말에 하늘이 무너져 내렸다. 

이 상태로는 폐 치료를 할 수 없다, 주사를 맞을 수 없는 상태다, 입원해서 경과를 봐야 할 것 같다...

도통 받아들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고는 어딘가로 급히 전화를 하셨다. 

하지만 입원 가능한 병실은 없는 듯, 약을 먹으며 병실이 날 때까지 지켜보자...

매우 답답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이야기를 하셨다. 

 

그렇게 엄마의 항암 치료는 중단되었고... 일주일이 가고 열흘이 넘도록 병실은 나질 않았다. 

대기.. 대기.. 입원 대기 환자가 많아 우리 순번이 언제일지 알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엄마 상태는 나빠져 갔다. 

숨쉬기를 버거워하는 엄마,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늦은 밤, 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평생 병원 문턱을 밟아보지 않았던데다 응급실은 난생 처음 가보는 길, 

난 티비나 영화 속 장면처럼 응급 환자입니다, 숨쉬기가 힘들어요, 하면서 바로 응급실로 들어가는 줄 알았는데-

 

코로나로 바로 병원으로 들어갈 수 없단다. 

음압 병실에서 코로나 검사를 받고, 이상 없다는 결과가 나와야 응급실 베드에라도 누울 수 있는데

지금 검사 대기 환자가 많아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여름이 막 시작될 무렵, 새벽 바람이 그렇게 매서울 줄 몰랐었다. 

얇은 가디건 하나만 챙겨입고 나온 차림에 초여름 새벽 날씨는 몸서리치게 추웠다. 

세상 그렇게 서럽고 서러울 수 없었다.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땐 누구를 이해할 여유조차 없었다. 

아픈 엄마를 그렇게 찬바람 속에 두고 지켜보는 것이 힘들고 힘들었다. 

노여움과 분노와 참담함과 속상함.... 등등의 많은 감정들이 교차하며 힘겨운 시간을 보내길 4시간...

드디어 엄마 이름이 불리었고, 검사를 받았고- 

집을 나선지 6시간이 넘어 응급실 베드에 누워 의사를 만났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응급실 대기 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픈 환자를 곁에 두고 그저 지켜봐야 하는 그 마음이 어떨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너무 한심하고 초라하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 같은 그런 좌절감이 마구 밀려 들었는데...

 

아........ 

모쪼록 코로나가 하루 빨리 진정되어 아픈 사람들이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길... 조심스레 바라본다. 정-말!!

Posted by -soon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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