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함께 H의 집에 다녀왔다.
대학cc로 만나 올해 고3인 아들 하나를 둔 H.
H는 건강이 좋지 않다.
벌써 10년, 조금씩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이젠 혼자 거동조차 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희귀질환으로 치료 방법이 없단다. 그저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는 것뿐.
그래도 나아지진 않지만 더 나빠지진 않았다고, 가끔 선배의 안부 전화로 H의 건강 상태를 전해듣곤 했는데
그마저도 사는 게 바빠 통화를 하지 못한 것이 서너 달이 되었다.
그 사이, 상태가 훅 나빠졌는지, 병원에 입원을 했다는 연락이 왔다.
걱정된 마음에 선배에게 연락을 하니, 병원에서도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으니 퇴원해서 집에 왔단다.
여차하면 집에서 돌보는 것이 어려우니 시설이나 요양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겠다며
근심 가득한 선배의 목소리에 덜컥 겁이 났다.
이 사실들을 k와 s에게 전하며 서로 말로 내뱉진 않았지만,
왠지 H와 만날 수 있는 마지막인 것 같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우리는 2년 만에 H를 만나러 갔다.
다행히, 정말 다행히도!
H의 상태는 우리가 말로 내뱉지 못하며 내심 걱정했던 것보단 괜찮았다.
하지만 2년 전, 눈짓으로나마 우리를 알아보고 참외를 나눠 먹었던 H는
뼈만 앙상하게 남은 몸으로 초점 잃은 눈길로 허공만 바라보고 있었다.
가슴이 무너졌다.
그래도 선배가 있어 안심이 됐다.
대학 때부터 H를 참 예뻐하던 무던한 사람이었는데-
긴 병에 효자 없다지만 남편은 있는가보다.
지난 10년을 친구 곁에서 알뜰살뜰 챙기며 지켜준 사람.
그 사이 오고가는 연락에 선배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었는데 오늘 보니 새삼 대단하다 싶었다.
튀지 않고 모나지 않고 요란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조용히 견디고 인내하고 참아내며 살아온 세월.
그래서 어쩌면 H도 지금까지 병마에 지지 않고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놀란 마음에 H를 만나러 다녀온 길.
자주 선배의 안부 전화를 가장한 하소연(?)을 잘 들어줘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
H가 조금 더 우리 곁에 있어주길, 더 아프지 않길....
온 마음을 다해 바라고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