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과 배려 사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오기 전, 작은 원룸에 살았다.
드나드는 시간이 불규칙하고 집을 비우는 날이 많아 집은 그야말로 잠만 자는 곳이었다.
그러다 차츰 일이 안정되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하나 둘 거슬리는 것이 생겨났다.
그 중 하나는 바로 옆집이 문을 여닫는 소리.
문을 닫을 때 큰소리가 발생하지 않게 잡아주면 좋으련만, 그런 배려는 없었던 것 같다.
그때는 미처 몰랐다. 내가 그런 큰 소리에 조금 예민한 사람인 걸.
옆집이 번호키 누르는 소리만 나도 사실 심장이 두근할 정도였다.
갑자기 쾅, 소리가 날 것 같은 그런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 때문이었다.
그렇게 계약이 만료되어 지금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이사 와서는 내 짐이 너무 커 들리지 않았던 것인지, 그들이 이사오기 전이었던 것인지
소음이라는 걸 인지하지 못했던 것 같다.
짐도 채 정리하기 전에 엄마가 떠나면서 집을 한 달여 비워두었다.
그리고 온전히 내 집에 와 생활을 하자니-
사람들이 말하는 발망치가 무슨 말인지, 이전 문소리는 비교도 되지 않는
소움임을 깨달았다.
윗집 사람들이 발소리로 전해오는 생활패턴을 보자면
남녀, 그러니까 신혼부부인 것 같고- 아침 8시 출근, 저녁 6시 전후 퇴근, 10시 전후 취침.
가끔 손님이 찾아오는 것 같고 잠들기 전 청소기를 밀기도 하고
또 가끔 도구를 이용해 바닥을 휘저으며 운동을 하는 것도 같다.
부엌과 방을 온 힘을 다해 내딛으며 분주히 오가고 의자를 밀고 일어나는 힘 또한 대단하다.
아, 그리고 짖는 소리를 보아 소형 강아지도 한마리 키우는 것 같다.
그래, 한 3시간 여만 참으면 되지. 참아보자, 참을 수 있어...
싶다가도 너무하다 싶으면 들리거나 말거나 냅다 소리를 지른다.
'아 쫌- 살살 걸으라고!'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데,
내가 갑작스레 들리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일 수 있는데,
그런 작은 배려가 아쉬운 요즘이다.
그래서 나는 실내화를 신고 카펫을 깔아두고
되도록 조심하려 한다.
내가 모르는 새, 나와 같은 고민을 누군가 할 수도 있으니까.